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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B, tHeaTEr/A관

상영작 No.2 : 워낭소리


영화를 본 것은 2주전 금요일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게으름이 뭔지.. 이제와 글을 남긴다. 
다 지나서 무슨 감상평? 할 수도 있겠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내가 본 것들을 기록해보자!! 라고 마음먹었었기에 이를 지키고자 조금 늦은 감상평을 쓴다.

처음부터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다'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워낭소리'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 뉴스를 접했을 때도 '아~ 인기있나보다"하고 넘겼다. 그러다 슬슬 주변에서 "강력 추천"이란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수요일 공연수업 후 뒤풀이에서 민영언니의 "꼭 봐봐!!" 라는 한마디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틀 뒤 난 극장에서 워낭소리를 보고 있었다. 

평일 오후 4시, 평소 같으면 한가할 독립영화 상영관, 그러나 그 인기를 증명하듯 극장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접했다고 하니 그도 그랬을 듯 싶다.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깨준 영화이다. 아직 많은 편수의 다큐멘터리를 접하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난 "지루하지 않을까" "무거울거야" 등과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워낭소리'를 접하고 나서 이 생각은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도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느낀 워낭소리에는 따뜻한 정이 있고, 환하게 미소짓게 만든는 웃음이 있었다. 겉으로 들어나 보이기에는 무뚝뚝하고 고집있어 보이시는 최노인 할아버지는 그 속에 따뜻한 속정을 담고 계셨고, 우리에게 즐거운 웃음을 주셨던 할머니의 잔소리는 정이 묻어나는 그리운 할머니의 잔소리였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던 우직한 소와 질투쟁이 젊은 소, 아기 송아지까지.. 그리운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면서 내 옆에 누군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할아버지와 소의 관계는 어떤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가족? 아님 그 이상의 그 무엇? 무어라 딱히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그들의 관계를 보면서 나와 내 주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는 아무 조건 없이 내 모든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나에게 그래 줄 누군가가 있는가? 서로가 서로를 믿기 힘들고, 각박해진 요즘이기에 할아버지와 소의 이야기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마 영화를 보면서 기분 좋아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쓸쓸한 마음이 들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