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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B, tHeaTEr/B관

2009 교향악축제 : 봄의 노래를 듣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작년 가을,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클래식 바람이 불었을 적에도 난 그 열풍에 한발 비껴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이번에 교향악축제를 찾았다. 드라마를 보며 한번쯤 공연장에서 그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었는데, 그게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일 줄이야.

클래식, 오케스트라 공연하면 떠오르던 첫 이미지는 '고급스럽다 그래서 비쌀 것이다!' 였다. 그러나 실제로 가 본 공연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R석이 3만원, 가장 저렴한 좌석이 만원이 채 되지 않았으니, 2시간이 좀 넘는 음악 영화(그것도 라이브로 공연되는) 한 편을 본다고 생각하면 그리 비싼 돈은 아닐 것이다. 

3층까지 거의 꽉찬 공연장에 새삼 우리나라에 이렇게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우리가 찾은 공연은 2009 교향악축제의 마지막 날 공연으로,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연주와 한국의 베토벤이라 불리시는 유영욱씨의 협연이었다. 그리고 공연은 이내 곧 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봄을 알리 듯 밝고 경쾌하게 시작했다가,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의 웅장함도 표현해주고, 푸르르게 피어난 새싹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모습에서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충곤증까지 음악은 그 모습을 그리듯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연주를 듣는 동안 마치 푸른 숲에서 꽃들과 새싹들이 노래할 준비를 하고, 나비며 작은 동물들이 바삐 움직여 이 소식을 전달하는.. 어렸을 적 본 것만 같은 만화 영화의 한 장면이 계속해서 맴돌았었다.) 동시에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단원들이 연주를 하며 그 순간 푸른 들판(?)에서 연주를 하는 상상을 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싱그러운 날 그런 곳에서 연주가 이루어 진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발빠른 친구 덕분에 가까운 자리에서 연주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어떤이는 그 순간을 열정적으로 즐기는 듯하였고, 또 어떤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딱딱히 굳어있는 듯 해 보이기도 했으며, 또 어떤이는 마치 누구가를 짝사랑을 하고 있는 듯 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 몸으로 연주하는 듯한 유영욱씨의 모습은 그의 음악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누군가와 함께 그런 아름다운 합주를 할 날을 그려 본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