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 유럽 여행 중에 벨베데레에서 클림트를 처음 만났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실제로 본 그의 작품은 그가 왜 그인지 알 수 있게 해줬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내던 키스는 정말이지 발길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2009년 3월 31일, 서울에서 클림트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가기전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평들을 전해들었기에 많은 기대를 품지 않았는데, 그 덕인지 내겐 꽤나 괜찮았던 전시였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들을 볼 수는 없어 아쉬웠지만, 자세한 설명들과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무수히 많은 드로잉 과정들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도 이런 과정들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구나 생각하니,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다고 할까? (그래도 클림트의 드로잉이라고 하고 보니, 그냥 선 하나도 달라보이긴 하더라..) 많지는 않지만 완성작들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클림트가 제작 하였던 전시 포스터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그 속에 등장하는 글자체들이 좋았다. 아마도 이는 다분히 글자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테지만, 날렵하게 빠진 S자 하나만으로도 내게 클림트는 다르게 다가왔으니.. 어찌보면 이것도 글자 중독인가?
또 하나 정말이지 인물 표현은.. 그 당시 많은 부인(?)들이 왜 그토록 클림트에게 자신의 그림을 맡기고 싶어했는지 절로 이해가 될 정도였다. 사진보다 더 생생해 보이는 묘사력과 아름다움을 표현해주는 솜씨는 그가 살아있다면, 그리고 여건만 된다면 나의 초상화도 꼭 부탁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의 클림트의 명성을 가져다준 많은 작품들을 볼 수 는 없었지만, 작품으로만 보는 클림트가 아닌 그에 대해 조금은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느 장소, 어느 순간이던 그 속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건 분명 만족스러운 경험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